처음엔 그냥 호기심이었어요.예술이 왜 좋을까,사람들은 왜 그토록 보여지는 것에 집착할까,패션, 음악, 감정, 정체성—이런 것들이 왜 이렇게 쉽게 소비되고 말까.처음엔 단순히 궁금했고,알고 싶어서 책도 읽고, 생각도 하고,사람들의 말과 태도, 표정 같은 것들을 조용히 바라봤어요.그런데 이상하게,알면 알수록 더 납득이 안 되는 것들이 생기더라고요.왜 우리는 이렇게까지외모로, 말투로, 이미지로사람을 판단하고 정리해버릴까.왜 진심을 꺼내면 ‘유난스럽다’는 눈빛을 받게 될까.왜 깊이 있는 이야기는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표현은 있는데 ‘의미’는 사라진 걸까.어느 순간부터는그런 질문들이 사회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지만결국은 다시 나 자신에게 돌아오더라고요.나는 왜 이렇게까지 나를 설명하고 싶어할까.왜 나처럼 생각 많은 사람은살면서 자꾸만 피로해질까.왜 아무 일 없어도 마음이 무겁고,아무도 뭐라 하지 않아도내가 나를 계속 되새기게 될까.죽고 싶었던 시절도 있었고지금은 그냥 살아보자는 마음으로 여기까지 왔어요.근데 살다 보니까,살기만 하는 걸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요.이제는 의미를 찾게 되고,그러다 보면 다시 회의가 생기고,그러면서도 계속 묻게 돼요.이런 방식으로 살아가는 게비효율적인 건지도 모르고,피곤한 성향인지도 모르지만저는 이걸 멈출 수가 없어요.어설프게 납득하거나 그냥 잊고 넘어가는 게더 불편하거든요.그래서 묻고 싶어졌어요.계속 묻고, 회의하고, 정리되지 않는 마음을 가진 채로사는 삶도 괜찮은 걸까요?이런 식으로 버티고 있는 사람은결국 어디로 가게 되는 걸까요?그냥 사는 게 더 나은 길일까요,아니면 이렇게 사유하면서 가는 게 결국 나다운 걸까요?저는 지금도 잘 모르겠고,그저 이 질문을 안고 살아가는 분들이 있다면당신은 어떻게 견디며, 또 생각하고 계신지 듣고 싶습니다.